국민대학교 교직과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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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민의 테크읽기] 벤츠의 고전, 자동차 시장 시사점 / 정구민(전자공학부) 교수

정구민 전자공학부 교수

 

메르세데스-벤츠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3억유로(약 3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0.7% 감소했다. 코로나19 시절이던 2020년 2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고전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1분기 영업이익에서 현대차·기아 6조7000억원, 토요타 9조8000억원과 비교해 저조한 실적이다. 마켓스크리너 2분기 예상치에서도 벤츠의 어려움은 예상된다. 올 2분기에 벤츠는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약 19억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기아는 약 6조8000억원으로 13.5% 감소하고, 토요타는 약 9조원으로 26%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폭스바겐에 이어 벤츠의 위기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앞서 4월 말 벤츠의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도 발표됐다.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었다. 계획에 따르면 세계에서 2만명을 해고하고, 최대 3만3000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

 

스위스 컨설팅 회사 CTOL 디지털 솔루션은 벤츠 위기를 '혁신의 부족'으로 설명했다. 중국 시장에서 구세대 자동차, 구시대 유물로 평가받으면서 시장을 잃게 됐다고 평가했다. 자율주행-전기차-커넥티드카에서 중국 완성차에게 뒤처지면서, 최고 브랜드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테슬라와 신기술 경쟁에서 밀렸고, 경쟁사에게 참고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다. 자율주행에서는 2015년 레벨2를 시작한 테슬라와 현대차와 비교해 2017년 레벨2를 시작했고, 전기차에서는 EQ 시리즈 실패로 테슬라와 주요 완성차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벤츠 위기 타개책은 크게 세가지로 나눈다. 조직 효율성 제고, 고급 모델 강화, 신기술 제고 방향성이다. 먼저 수익성 높인 마이바흐, AMG, S클래스 등 고급차종 비율을 높이고, 전기차 모델 확대도 동시에 추진한다. 뉴 CLA 클래스로 대표되는 신기술 투자도 계속된다.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MMA 구조 상용화와 엔비디아 프로세서-루미나 라이다 기반 자율주행 플랫폼, MB.OS 기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2023년 독일 모터쇼에서 광고했던 뉴 CLA 클래스 전기차는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정도 늦어졌다. 예정보다 늦어진 동시에 홍보도 크게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을 반증하는 동시에 시장에서 성능으로 인정받으려고 한다는 예상도 나온다.

 

벤츠 신기술 협력에는 중국 부품사가 핵심이 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CLA 클래스 전기차에는 CATL과 BYD가 주요 배터리 협력사로 등장한다. 중국 자율주행에는 중국 모멘타와 협력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중국 협력사 아웃소싱이 활발하다. 이에 따라 껍데기만 남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중국 기업과 활발하게 협력하는 해외·국내 일부 완성차에 대한 걱정도 같은 맥락이다. 대부분 부품이 중국산으로 채워지며 중국 의존도가 심해지는 브랜드만 남는 현상에 대한 우려다. 중국 부품사는 협력 완성차가 1차로 중국 시장에 기술을 적용한 뒤, 2차로 세계 시장으로 확대 적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벤츠의 상황은 우리나라 생태계에도 다양한 시사점을 남긴다. 완성차 생존과 국내 생태계 성장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이미 국내에서도 껍데기만 남을수 있는 위험성이 커진 상태다. 완성차 생존과 국내 생태계 성장을 위한 투자가 맞물려야 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정부 정책의 방향성이 중요한 상황이다. 완성차 투자에만 의존해서는 생태계가 성장하지 못하는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완성차-부품사-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회사 등 미래 기술 생태계 협력과 성장 정책이 시급하다.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2025년 정부 생태계 성장 정책과 국내 기업의 노력이 맞물리면서 좋은 실적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